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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여름 별미
    필리핀 현지 음식 더 알아보기

     

     

    필리핀은 연중 대부분이 고온다습한 열대기후로, 여름철에는 체감온도가 40도를 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래서 필리핀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더위 속에서도 잘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여름 음식 문화를 발전시켜왔습니다. 특히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디저트, 입맛을 돋워주는 새콤한 국물 요리, 여름 축제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고기 요리 등이 대표적인 여름 별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필리핀 여름을 대표하는 음식 세 가지, 할로할로, 시니강, 그리고 레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그 문화적 의미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필리핀 여름의 상징, 할로할로

    할로할로(Halo-halo)는 필리핀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디저트로, 그 이름은 타갈로그어로 '섞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다양한 재료가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지는 이 디저트는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로 필리핀의 여름 대표 음식 중 하나입니다. 할로할로는 기본적으로 잘게 간 얼음을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연유나 우유를 부은 후, 다양한 토핑을 얹어 완성됩니다. 가장 흔하게 들어가는 재료로는 빨간 강낭콩, 녹두, 바나나 잼(민자), 고구마, 젤라틴, 코코넛 젤리, 타피오카, 옥수수 등이 있으며, 그 위에 보라색 우베 아이스크림이 얹혀 나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식감과 색감이 모두 다양한 이 디저트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여름철 갈증 해소와 영양 보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완전식에 가깝습니다. 최근에는 망고, 치즈, 시리얼, 피넛버터 등 현대적인 재료가 추가된 퓨전 할로할로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심지어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에서도 ‘할로할로 라떼’ 같은 음료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할로할로는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는 디저트를 넘어, 필리핀 사람들이 무더운 계절을 즐겁게 이겨내는 삶의 방식이자 문화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시니강: 더위 속의 시원한 산미

    시니강(Sinigang)은 필리핀을 대표하는 전통 국물 요리로, 더운 날씨에도 입맛을 살려주는 새콤한 맛이 특징입니다. 주재료로는 돼지고기(시니강 나 바보이), 생선(시니강 나 이스타), 새우, 소고기 등이 사용되며, 국물의 시큼한 맛은 주로 타마린드, 그린 망고, 깔라만시, 바일리스 같은 열대 과일에서 얻습니다. 이러한 산미는 더위에 지친 입맛을 자극하고, 속을 개운하게 만들어 줍니다. 시니강은 필리핀 가정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일상 요리이지만, 여름철에는 그 수요가 급증합니다. 이유는 단순히 입맛을 돋운다는 것 외에도 국물 속에 풍부한 채소(시금치, 무, 가지, 토마토 등)가 들어가 있어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영양을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별로 시니강의 스타일도 조금씩 다릅니다.

     

     루손 지방에서는 돼지고기 베이스가 일반적이며, 비사야나 민다나오 지방에서는 해산물을 사용한 시니강이 흔합니다. 특히 타마린드 대신 그린 망고를 사용한 버전은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공존해 독특한 풍미를 자아냅니다. 최근에는 시니강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퓨전요리도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시니강 라면이나 시니강 핫팟, 시니강 국물로 만든 수플레 오믈렛까지 출시되어 필리핀 전통의 맛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시니강은 계절 음식에서 일상 음식, 나아가 글로벌 음식으로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레촌: 여름 축제의 꽃

    레촌(Lechon)은 필리핀의 대표적인 축제 음식으로, 돼지를 통째로 구워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여름철에는 각 지역에서 다양한 마을 축제, 가족 모임, 졸업식, 생일파티 등이 자주 열리며, 이때마다 레촌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레촌의 조리 과정은 매우 정성스럽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먼저 속을 깨끗이 손질한 돼지 안에 마늘, 양파, 레몬그라스, 타마린드 잎, 바나나 잎, 소금, 후추 등을 넣어 풍미를 더한 후, 대나무 막대에 꿰어 숯불 위에서 수 시간 동안 천천히 회전시키며 굽습니다. 겉껍질은 바삭하게, 속살은 촉촉하고 육즙이 살아있는 것이 레촌의 핵심입니다. 특히 세부(Cebu) 지역의 레촌은 필리핀 전역에서 가장 맛있기로 유명하며, ‘세계 최고의 돼지고기 요리’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세부에서는 매년 6월 ‘레촌 페스티벌(Sinulog Lechon Festival)’이 열리며,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된 레촌을 시식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됩니다. 여름철에 열리는 이 축제는 단순히 음식을 나누는 자리를 넘어, 마을 주민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지역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광객들에게는 필리핀의 전통 요리와 환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됩니다. 레촌은 이제 가정에서의 잔치 음식뿐만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의 메뉴로도 자리잡고 있으며, 전통적인 방식에 더해 다양한 소스(간장, 식초, 바나나 케첩 등)와 함께 즐기는 퓨전 메뉴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여름은 단지 덥고 습한 계절 그 이상입니다. 이 시기는 음식으로 더위를 달래고, 가족과 친구, 이웃과 함께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지는 계절입니다. 할로할로의 다채로운 맛은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고, 시니강의 새콤한 국물은 지친 속을 달래주며, 레촌의 풍미 가득한 육즙은 축제의 기쁨을 더해줍니다.

     

    이 세 가지 여름 음식은 단순히 맛있는 별미를 넘어 필리핀 사람들의 삶, 공동체, 그리고 계절을 대하는 방식까지 담겨 있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필리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여름철 이 별미들을 꼭 직접 경험해 보세요. 지역 시장, 현지 식당, 혹은 축제 현장에서 이 음식들을 맛보며, 필리핀의 여름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